부부 사이의 말다툼과 정서적 학대는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법적 관점에서는 분명히 구분됩니다. 말다툼은 일시적인 감정 충돌로서 쌍방이 대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상황인 반면, 정서적 학대는 한쪽이 반복적으로 상대방을 지배하고 위축시키는 구조를 전제로 합니다.
말다툼은 감정이 격해져 언성이 높아질 수는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 사과하거나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정서적 학대는 지속성과 반복성이 핵심이며, 욕설, 모욕, 인격 비하, 협박, 무시, 죄책감 유발 같은 행위가 일상적으로 반복됩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점점 위축되고 자기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되며,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생활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권력 관계입니다. 정서적 학대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상대방을 통제하고 지배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 패턴이라는 점에서 말다툼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경제력, 사회적 지위, 육아나 생활비를 빌미로 한 통제 역시 정서적 학대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결국 기준은 말의 수위가 아니라, 그 말이 상대방의 자존감과 자유를 지속적으로 침해하고 있는지에 있습니다. 일시적인 갈등은 관계의 일부일 수 있지만, 반복적인 모욕과 통제가 일상화되어 있다면 이는 부부싸움이 아니라 명백한 정서적 가정폭력으로 법적 보호의 대상이 됩니다.